심석희가 울린 경종…'무사유'가 낳은 폭력 사회
출처: SPOTV NEWS|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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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을 20일 남겨 둔 시점이었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석희(21)는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37) 전 여자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 대표 코치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이 같이 말했다.

목소리에 울음이 배었다. 일곱 살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당했던 폭력을 힘겹게 입밖에 냈다.

주먹과 발로 온몸을 맞았다. 성적 향상과 기강 확립 목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는 진술에선 법정에 작은 탄식이 흘렀다.

심석희가 15년 가까이 침묵한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안다. 빙상뿐 아니라 체육계 전반엔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다. 질문과 비판, 항명과 폭로는 가시밭길을 딛는다. 명분이 타당해도 고되진다.

복종과 침묵이 ‘꽃길‘에 이르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괴롭지만 잘 닦인 도로를 타기 위해선 감내해야 한다.

때리는 지도자도, 맞는 선수도 그래서 입을 닫았다. 현장을 목격한 주변 사람도 땅을 봤다.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체했다. 그래야 살기 때문이다.

아들딸이 국가 대표가 되고 메달을 목에 걸려면 침묵해야 했다. 은퇴 후 코치로 뽑히는 문제도 눈에 밟혔다. 눈밖에 나면 손발이 잘렸다. 모두가 편안하기 위해 모두들 눈을 감았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빙상경기연맹은 이 ‘침묵의 카르텔’에 오히려 물을 줬다. 두둔하고 비호했다.

2004년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코치 폭행을 폭로했을 때도 그랬다. 쉬쉬하기 바빴다. 그 뒤 나온 ‘금빛 팡파르’가 부조리를 덮었다. 유야무야 넘어갔고 변천사의 용기는 곧 잊혀졌다. 불편한 용기가 됐다.

성적지상주의가 카르텔을 더 단단히 축조했다. 금메달을 따면 논란이 묻혔다. 이른바 금밭으로 꼽히는 쇼트트랙은 더 심했다.

빙상계 관행과 그릇된 사회 가치가 만나 폭력을 구조적으로 만들었다. 구조적 폭력은 취약한 정당성을 우승과 기록 경신으로 무마했다.

폭력은 꾸준히 정당화를 시도했고 그게 먹혔다. 이 왜곡된 정당화가 곪아 터진 게 바로 ‘심석희의 눈물‘이다.

독일 태생 철학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악(惡)의 근본을 사유하지 않는 것, 즉 ‘무사유’로 꼽았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분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유대인을 유린한 나치 당원을 비판한 개념이다.

아렌트 통찰은 현대에도 유효하다. 당시 독일 총통이 강제한 파시즘에 떠밀리듯 행동한 당원처럼 ‘나만 그런 게 아닌데‘ ‘모두가 그렇게 해 왔는데‘를 판단 준거로 삼는 개인은 여전히 많다.

아렌트는 이러한 무사유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얼마나 악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자가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인간 실존성을 상실해 가는 경로를 꼬집었다.

악은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다. 끊임없이 경계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악은 관습의 가면을 쓰고 어느새 평범하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시도한다.

이것을 체육 사회에 적용해 보면 심석희 눈물이 설명된다. 왜곡된 위계 질서가 관행으로 남아 폭력을 행사하는 개인의 악을 옹호한다. 커스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악이 지닌 힘에 무감각해진다.

조 전 코치 역시 선수 생활 동안 무수한 폭력에 노출됐을 것이다. 그 잘못된 위계를 철저한 사유로 떼어내지 못하고 본인도 그 길을 딛었다. 이게 잘못의 본질이다. 사유하지 않는 것이 조 전 코치를 범법자로 만들었다.

때리면 선수단 통제가 쉬워지고 결과물을 얻어 낼 가능성도 커진다. 달콤한 유혹이다. 달콤하지만 잘못된 선택이다. 조 전 코치는 악을 분별해 냈어야 했다.

심석희는 무사유가 낳은 폭력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14년 전과 온도가 다르다. 그의 눈물은 선악을 분별하는 의지가 눈 감는 날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가해자를 마냥 괴물로 만들고 끝내선 안 되는 이유다. 감정을 배설하고 손가락질로 끝내기엔 시사하는 바가 무겁다. 심석희 눈물 방조자였던 ‘개인들‘과 체육계, 한국 사회 모두가 사유하지 않는 삶을 살진 않았는지 무겁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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