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에서 몰랐던 라이징 패스트볼, 두산에서 깨달은 홍건희
- 출처:스포츠서울|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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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이 곧 구위는 아니다. 투수의 구위를 결정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팔의 높이와 각도, 익스텐션(축발 끝에서 공을 던지는 손가락 끝까지 길이), 디셉션(숨김동작), 그리고 공의 무브먼트까지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위를 결정한다. 지난 8일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홍건희(28)가 마침내 자신이 어떤 공을 던지는 파악하기 시작했다.
홍건희는 지난 19일 잠실 LG전에서 만루위기를 극복하며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5회말 무사만루에서 김현수, 채은성, 로베르토 라모스를 모두 범타처리하며 상대의 맹추격을 저지했다. 패스트볼 위주의 정면 승부를 펼쳤는데 라모스를 상대로는 과감히 하이 패스트볼도 구사해 라모스를 중견수 플라이 처리했다. 홍건희는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더하며 2.2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두산은 홍건희가 만루위기를 극복한 후 6회초 정수빈의 싹쓸이 3루타를 앞세워 18-1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홍건희는 5회말 순간을 두고 “일단 점수차가 좀 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점보다는 아웃카운트부터 올리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 공을 던지는 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라모스를 상대로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낮게 던지는 것만 신경 써왔다. 야구를 배울 때부터 낮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두산에 오고 전력분석팀에서 내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며 하이 패스트볼을 권유해주셨다. 내 패스트볼이 라이징성으로 형성된다고 하시더라. 이제 내 공이 어떻게 좋은지 알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실제로 이날 홍건희의 패스트볼 구속은 140㎞ 중반대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LG 타자들이 느끼는 구속은 이보다 훨씬 높아 보였다. 선발투수 이영하의 140㎞ 후반대 패스트볼에도 안타를 날렸던 LG 타자들은 홍건희의 패스트볼에는 타이밍이 늦었다. 홍건희 패스트볼이 지닌 수직 무브먼트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홍건희에게 현재 자신의 구위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최고가 100이면 지금 100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내 공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 나 자신이 만족하는 공을 던지고 있다”며 “일단 내 공을 꾸준히 던지는 데 집중하겠다. 만일 선발 등판 기회가 온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보직보다는 내 공을 꾸준히 던지면서 두산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다짐했다.
모든 팀들이 구위가 뛰어난 투수를 탐낸다. 두산 또한 지난 5일 잠실 경기에서 KIA 유니폼을 입었던 홍건희와 상대하며 홍건희에게 매료됐고 곧바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트레이드 당시 멀티 내야수 류지혁을 포기한 두산이 손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트레이드 결과는 시간을 두고 바라봐야 알 수 있다.
홍건희는 “사실 트레이드는 나와는 무관한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10년 동안 KIA에서만 뛰었고 나는 트레이드가 안 될 줄 알았다”며 “트레이드 당일에는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두산에서 형들과 동료들이 잘 해주고 여기서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하다. 나중에 KIA와 상대하게 된다면 예전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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