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젊은 감독 대행에겐 너무 무거운 짐이었을까. 키움 히어로즈식 프런트 야구가 던진 승부수, 그 끝은 단 1경기만의 가을야구 ‘광속 탈락‘이었다.

키움의 2020시즌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 패배로 끝났다. LG는 연장 13회말 신민재의 끝내기를 앞세워 4대3으로 이겼다. 키움의 가을 꿈을 꺾은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 키움의 과감한 결단은 결과적으로 명분도 실리도 잃어버린 ‘패착‘으로 전락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는 흔히 극약 처방으로 불린다. 약과 독은 통한다. 약이 되지 못했다면, 독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8일, 손 혁 전 감독의 사임 당시 키움의 순위는 3위였다. 2위 KT 위즈와의 차이는 고작 1경기. 키움 측은 손 혁 전 감독에 대해 ‘자진 사임‘임을 강조하면서도 잔여 연봉을 지급하는 아리송한 입장을 취했다.

이어 1985년생 김창현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졌다. 1986년 허구연 청보 핀토스 감독 대행 이후 역대 2번째 최연소 1군 사령탑의 탄생이었다.

김창현 감독 대행은 선임 직후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역할에 대해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잘 마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큰 욕심은 없지만, 좋게 평가해주시면 감사할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규시즌 12경기를 지휘한 김창현 감독 대행의 성적표는 7승5패. 그 결과 5위 키움 히어로즈와 2위 KT 위즈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두 팀의 신세는 천지차이다.

돌아보면 지난달 30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최종전이 키움에겐 마지막 기회였던 셈. 이날 승리했다면 키움은 이날 패한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모두 제치고 2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키움은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트라의 완벽투에 눌려 0-2로 패했고, 5위로 내려앉은채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5위 팀은 와일드카드 전에서 2연승을 거둬야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무승부조차 곧 패배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전 신설 이래 이를 뚫어낸 5위 팀은 한 팀도없다. 1승을 거둔 팀조차 2016년 KIA 타이거즈가 유일했다.

결국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무엇을 위한 사령탑 교체였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키움이 극적인 반전을 이루며 상위 순위로 올라갔거나, LG를 꺾고 사상 첫 와일드카드 전 돌파를 이뤄냈다면 키움의 선택은 ‘과감한 결단의 승리‘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이상, ‘무리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