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인수 원했던 너클볼러 허민,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폭투
- 출처:스포츠서울|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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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28일 “선수들과 캐치볼, 배팅 연습 등 구단의 공식 훈련 외적인 행위로 논란이 된 키움 히어로즈 허민 의장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장의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을 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한 점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및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의거해 직무정지 2개월의 제재를 부과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허 의장은 내년 2월까지 구단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당초 건전한 구단 운영을 명분삼아 감시자로서 히어로즈를 관리하기로 했으나 결과는 그릇된 구단주 놀이였다. 캐치볼 사건으로 선수들과 갈등을 일으켰고, 2군 구장 CCTV를 통한 팬 사찰 의혹까지 불거졌다. 구단 자금에 대한 배임 횡령과 주주권분쟁 등 바람잘날 없던 히어로즈 경영진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꼴이다.
허 의장은 약 14년 전 KBO를 방문해 현대 유니콘스 인수 의향을 비춘 바 있다. 성공한 게임 제작자이자 벤처 사업가로서 당차게 프로야구단 운영 의지를 드러냈다. 허 의장이 NC 김택진 구단주보다 먼저 프로야구단 주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 KBO가 KT와 현대 인수 작업을 상당부분 진척시킨 상황이라 허 의장의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허 의장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고 2019년부터 히어로즈 구단의 실절적 책임자로 나서며 야구계에 깊숙히 진입했다. KT의 야구단 창단설도 외부로 알려진 탓에 그룹 내부 반발을 일으켜 무산됐다. 이 틈새를 노려 자본금 5000만원으로 구단을 차지한 이가 이장석 전대표였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번 징계로 인해 허 의장의 구단주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히어로즈 구단 대주주인 이장석 대표는 내년 상반기 출소가 유력하다. 허 의장의 히어로즈 구단 운영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 대표는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지만 대주주로서의 지위는 남아있다. 구단 운영을 맡길 경영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이 대표가 허 의장을 다시 선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무엇보다 히어로즈는 2019시즌 후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은 것을 비롯해 이른바 이장석 색깔 지우기에 열중해왔다. 허 의장이 새로 구단을 창단해 KBO리그에 진입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미 10구단 체제로 리그는 포화 상태다. 만일 몇 년 후 히어로즈를 대체할 구단이 창단한다고 해도 KBO에서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던 허 의장을 정관상 회원으로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허 의장은 자신을 너클볼 투수로 소개하며 야구를 향한 열정이 진심임을 강조해왔다. 별세한 필 니크로에게 직접 너클볼을 배웠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러나 편견에 맞서 생존을 위해 땀방울을 쏟았던 메이저리그(ML) 너클볼 투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말과 마주했다. 인내를 갖고 너클볼을 터득해 선수 생명을 연장했던 진짜 너클볼러들과 달리 허 의장이 히어로즈 구단을 맡은 기간은 단 2년이었고 과정과 결과 또한 완전한 실패였다. 니크로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전세계 야구팬이 슬픔에 잠긴날, 허 의장이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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