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탁구인들이 힘을 모아 하나은행 계좌 해지 운동에 나서겠다”.
탁구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하나은행 계좌 해지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 2020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코로나19’여파로 취소된 뒤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나은행이 후원금 지급을 거절한 데 따른 항의의 표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하나은행과 접촉했다. 그러나 스폰서로서의 권리를 주장했던 그들이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후원계약 후 탁구인들은 하나은행 계좌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부응해 통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탁구인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세차례나 연기된 끝에 취소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이호성 하나은행부행장은 지난해 2월 11일 부산 영도구 부산탁구체육관에서 타이틀스폰서 협약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이후 대회가 연기되면서 대회조직위원회는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고, 계약은 미뤄졌다.

문제는 자원봉사자 유니폼을 비롯한 물품 처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하나은행의 요청에 의해 모든 물품에 스폰서 로고를 새겼다. 대회가 연기됐지만 언젠가 치러질 대회를 위해 1년이 넘도록 보관되었던 물품은 이제 공식적으로 대회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처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청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는 예산지원을 약속했고, 물품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하나은행 로고가 문제가 됐다. 대한탁구협회는 하나은행에 유니폼 등을 구매라도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하나은행은 거절했다.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대한탁구협회가 모든 책임을 지고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관심 밖이다. 그래서 탁구인들이 화가 났다. 여러 경로를 통해 하나은행과 접촉했지만 싸늘한 반응 뿐이었다”고 했다.

하나은행 사회공헌부 담당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박윤준 대회조직위원회 사무부총장은 “하나은행은 대회조직위원회가 붐업을 위해 실시했던 모든 행사에 스폰서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했다. 사전 제작한 선수 유니폼과 자원봉사자 유니폼에 하나은행 로고를 새긴 것도 그래서였다”고 했다.

탁구협회는 기념품과 유니폼을 판매하기 위해 문체부와 협의를 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로고가 새겨져 있어서 일반에 판매를 할 수 없다. 탁구협회가 임의로 매각을 하게 되면 지적 재산권 위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동안 대한탁구협회는 하나은행에 20억 원을 대출을 받아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등 대회 무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가만히 앉아 연간 수천 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