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이라면 역대로 거론될 선수가 나왔다. 삼성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33)다. 리그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투수인데 승수가 너무 초라하다. 심지어 홈에서 단 1승도 없다. 삼성의 홈 경기는 이제 딱 1경기 남았다. 홈 첫 승이 가능할까. 인위적으로 로테이션을 조정해야 시도라도 가능하다.

올시즌 입단한 수아레즈는 29경기 167.1이닝, 5승 8패 155탈삼진,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중이다. 리그 평균자책점 6위, 이닝 공동 8위, 탈삼진 6위다. 이 정도면 10승은 무난하게 달성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단 5승이다. 리그 공동 42위다. 팀 내에서 보면 원태인과 데이비드 뷰캐넌이 10승씩 했다. 수아레즈는 절반이다. 심지어 마무리 투수 오승환(6승)에도 뒤진다.

투수의 ‘승리’에 대한 가치가 예전만 못한 것은 맞다. 다양한 평가 지표가 생겼다. 실제로 수아레즈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 당당히 팀 내 1위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4.76을 만들고 있다. 4.0 이상은 수아레즈가 유일하다. 2위 뷰캐넌이 3.61이다.

그러나 선발투수에게 ‘10승’은 일종의 상징이다. 여전히 10승 투수와 9승 투수를 보는 시선은 다르다. 하물며 잘 던지는 투수가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다.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이유다.

또 있다. 수아레즈의 5승은 전부 집밖에서 따낸 것이다. 홈에서 단 1승이 없다. 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13경기 81.2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1.98을 찍었는데 승리 없이 3패다. 원정에서는 16경기에 출전해 85.2이닝을 먹으며 평균자책점이 3.15다. 결과는 5승 5패.

이 추세라면 올해 홈 0승으로 끝날 수도 있다. 잔여경기가 5경기인데 4경기가 원정이다. 4일부터 양일간 수원에서 KT를 만나고, 6일과 7일은 잠실에서 두산과 2연전이다. 이후 8일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SSG와 붙는다. 수아레즈가 이 8일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올시즌 홈 무승으로 마치게 된다.

선발 순번을 보면, 4일은 원태인이 나가고, 5일 뷰캐넌-6일 백정현-7일 수아레즈가 된다. 그리고 8일 최종전 홈 경기는 5선발 자원이 필요하다. 황동재, 허윤동, 최하늘 등이 후보다.

변화를 줄수도 있다. 뷰캐넌이 직전 등판인 9월29일 NC전에서 114구를 뿌렸다. 하루 더 휴식을 줄 가능성도 있다. 만약 5일 경기에 5선발이 나가고, 하루씩 밀린다면 8일은 수아레즈 차례다. 이 경우 마지막으로 홈 1승에 도전할 수 있다. 혹은 7일과 8일 선발투수를 맞바꾸는 것도 가능은 하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천명했다. ‘이기는 야구’를 말한다. 무리해서 선발 순서를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 완봉을 눈앞에 둔 뷰캐넌도 ‘칼 같이’ 바꾼 박 대행이다. 수아레즈 개인의 승리를 위해 팀 운영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수아레즈의 불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기에 배려를 해줄 여지도 있다. 나아가 홈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에 더 강한 투수를 내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있다. 홈팬들에게 마지막 승리를 선사하는 것도 의무라면 의무다.

박 대행의 결정에 달렸다. 과연 수아레즈가 2022년 홈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채 시즌을 마치게 될까. 이미 ‘역대급 불운남’이라 한다. 마지막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