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10연승을 달성했다. 21세기 들어 첫 10연승이었다.

이제 구단 창단 후 최다 연승을 정조준하게 됐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 얘기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상승세가 거침 없다.

한화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5 역전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지난달 26일 대전 KT 위즈전부터 이어 온 연승 기록을 10경기로 늘렸다.

한화의 10연승은 지난 1999년 9월 24일 현대 유니콘스∼10월 5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6년 만이다. 날짜로 따지면 9348일 만이다.

한화는 앞서 지난달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8연승을 달렸다. 이 때 8승이 모두 선발 투수가 따낸 승리여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2연패를 기록하더니 다시 승리를 내달려 10연승까지 질주했다.

한화는 월요일 어린이날이 낀 지난달 29일 대전 LG전부터 지난 8일 대전 삼성전까지 9연전이 고비였다. 선두 LG와 지난해 우승팀 KIA 타이거즈, 그리고 준우승팀 삼성을 연달아 만나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에 비로 두 경기가 취소되는 등 하늘까지 도운 끝에 7전 전승을 챙겼다.

그리고는 지난해 첫 3연전에서 악몽과 같은 연패를 당했던 고척돔 키움 원정 첫 경기에서도 웃었다.

한화는 25승 13패, 승률 0.658로 리그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 LG 트윈스와 격차는 이제 1.5경기로 벌어졌다.

한화는 이날 선취점 내준 것은 물론이고 홈런을 5방이나 허용하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7~9회에 강한 팀 다운 면모를 유감 없이 선보이며 또 다시 웃었다.

한화 선발 엄상백은 1회말 선두타자 송성문에게 시속 144㎞ 초구 직구를 던졌다가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허용했고, 1사 후에는 이주형에게까지 솔로포를 헌납했다.

한화는 3회 문현빈의 적시타로 추격전을 벌였으나 4회 엄상백이 김태진과 야시엘 푸이그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허용하면서 1-4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다행인 것은 엄상백이 내준 홈런포 4방이 모두 솔로포였다는 점이다.

3⅔이닝 5피안타(4홈런) 4실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피홈런을 기록한 엄상백이 내려갔고 2년 차 조동욱이 구원 등판하면서 불펜 가동을 일찌감치 시작한 한화는 5회 2사 뒤 논란의 외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시즌 3호 솔로포를 치면서 추격전 시동을 걸었다. 7회엔 대타 이도윤과 대타 김태연의 2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에서 황영묵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더 따라갔다.

문현빈은 계속된 1사 2, 3루에서는 문현빈이 좌익수 희생타를 때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화는 승부가 연장전으로 접어들 것 같았던 9회 2사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완성했다. 문현빈이 주자 없는 상황에서 키움 주승우를 상대로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시즌 7호 솔로포를 때려 이날 결승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어진 2사 2루에서는 채은성의 1타점 3루타, 이상혁의 1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7-4로 달아났다.

올해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김서현이 9회말 등판, 1사 뒤 이주형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긴 했으나 두 점 차로 이겼다.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일궈낸 한화는 이제 팀 창단 최다 연승인 14연승에 도전한다.

‘빙그레 이글스‘ 이름으로 지난 1992년 5월 12일 대구 삼성전부터 같은 달 26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14경기 연속 승리를 기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장종훈, 이정훈, 이강돈 등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렸던 강타선을 중심으로 일궈냈던 14연승이었다.

마침 한화의 전력이 탄탄하고 상대팀이 두려워하는 선발들이 대기하고 있어 33년 만의 14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10일엔 3~4월 KBO리그 월간 MVP 수상자인 코디 폰세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폰세는 최근 5경기에서 전부 승리를 챙기는 등 8경기 6승 무패, 평균자책점 1.70의 무서운 위력을 뽐내고 있다.

이어 11일엔 강속구에 스위퍼까지 겸비한 또 다른 외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나선다. 와이스는 역시 초반 3경기에선 흔들렸으나 최근 5경기에선 매 경기 평균자책점 2점 이하를 기록하며 전부 승리를 챙겼다.

하루 쉬고 13일부터 돌입하는 대전 두산전에선 국내파 신구 에이스인 류현진과 문동주가 출격한다. 류현진은 한화의 신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초강세를 드러내고 있다. 문동주는 최근 160km/h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며 지난해 후반기 부진에서 거의 벗어났다.

한화팬 입장에선 1만2401일 만에 14연승을 충분히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